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딱 그 정도만 – 글 김준형 회원

그땐 그랬다. 길어야 1~2년 정도면 다치기 전의 나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. 다시 돌아가 일도 하겠지만, 주말이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름 즐겁게 살수 있을 거라고.

또 자존심 때문에 저울질만 했던 사랑했던 여자와도 저울질 따위는 그만두고, 구애를 하겠다고.

또 부모님께 더 이상 속 안 썩이고 효도만 하겠노라고.

결과적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. 처음 중환자실에서 깨어났을 때나 지금이나 통증적으로 좋아진거 빼고는 다 그대로니까.

그것조차도 재활을 해서 좋아졌는지, 아니면 좋아질 만큼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도 모르겠고.. 그 여자는 그 여자답게 떠나갔고..

부모님한테는 효도는커녕 짐 덩어리가 됐고. 그래서 불행하냐고? 딱히 행복하지는 않지만 아직 내 삶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.

난 아직 젊으니까.. 엄마가 돌아가실 때 꼭 잘 살라고 했으니까. 돈은 못 벌어도 하루에 한 번 웃을 정도는 되니까. 그걸로 당장 오늘은 만족하련다.

때론 외롭고, 서럽고, 슬픈 감정이 들더라도, 훗날 시간이 지나면 "그땐 그랬었지" 하고 지나 보낼 정도로만 삶이 힘들었으면 한다.